42세 언플랜드 임신

42세에 찾아온 언플랜드 임신

내 나이 42살.

첫째는 어느새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고, 아내와 나는 오래전부터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고 약속했다.

둘째는 우리 인생 계획에 없었다.

그 약속은 정말 한순간에 깨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많은 우연이 겹쳤다.

친한 지인들과의 술자리.

평소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후배가 그날따라 “형, 대리운전 부를게요” 마신다 한다.

그때는 몰랐다.

그 하루가 우리 가족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을 줄은.

며칠 뒤,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던 아내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회사가 뭐고, 당장 집으로 와.”

약간 울먹이면서도 화가 난 듯한 단호한 목소리였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아… 뭔가 잘못됐다.’

그 짧은 순간, 아내에게 아직 말하지 못했던 100가지 잘못(?) 중 어떤 것부터 고백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며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한 아내는 말없이 임신 테스트기를 내밀었다.

선명한 두 줄.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사실 잘못한걸 얘기 안해도 되서 약간 안심했다)

아내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이제 어떡할 거야…”

불안해하는 아내를 안아주며 괜찮다고 말했지만, 사실 내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와… 진짜 어떡하지?’

‘우리가 잘 키울 수 있을까?’

‘우리가 세웠던 미래 계획은?’

수많은 생각이 한꺼번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이미 우리에게 찾아온 새로운 생명이었다.

그 순간부터는 걱정보다 아내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옆에서 든든하게 있어 주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신기하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걱정은 조금씩 설렘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태동을 느끼고,

초음파 사진을 보고,

조금씩 커가는 아이를 만날 때마다

‘우리 가족에게 꼭 와야 했던 아이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2026년 5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우리 딸 예온이가 태어났다.

그날 아내에게 걸려왔던 전화 한 통.

돌이켜보면 그 전화가 단순히 둘째의 시작이 아니라,

‘예온연구소’가 시작된 순간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 이곳에는 예온이와 함께 성장하며 직접 겪었던 이야기들을 하나씩 기록해 보려고 한다.

언젠가 이 기록이 예온이에게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같은 고민을 하는 부모님들에게도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20260615 122010

생후 20일경. 혼자 예온이 보다다가 사진관 컨셉으로 찍어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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